<p></p><br /><br />제주도에 온 예멘 사람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일 지 심사가 시작됐습니다. 3개월 뒤면 결정이 내려집니다. <br> <br>인도주의를 발휘해 받아들일지, 많은 나라가 손사래 치는데 우리가 받아들이면 난민이 몰릴 가능성은 없는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습니다. <br> <br>김유림 기자가 더깊은 뉴스로 취재했습니다.<br><br>[리포트]<br>"여기가, 18년 동안 일한 회사예요. 이날 오후 3시에 퇴근했는데, 5시에 회사로 포탄이 떨어졌어요. 이게, 제가 제주에 온 이유입니다." <br><br>"아이 이름이 뭐예요?" <br> <br>'행복' 그리고 '희망'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. 37살 알리 씨는 올 4월, 네 아이와 아내를 예멘 국경의 안전지대에 피난시키고 홀로 제주에 왔습니다. <br> <br>후티 반군의 무작위 징집을 피하는 게 첫 번째 목표. 포탄이 쏟아지는 수도 사나에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. <br> <br>[알리(가명) / 난민신청자] <br>"전쟁이 끝나야만 우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겠죠." <br> <br>알리 씨가 머무는 모텔방. 매트리스 세 개만 놔도 꽉 차는 비좁은 방에 예멘 청년 4명이 지내고 있습니다. <br> <br>제주 살이 두 달 만에 돈은 다 떨어졌고, 일자리는 커녕 취업 상담 한 번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. <br> <br>알리 씨는 오늘도 무료로 나눠주는 빵과 음료로 허기를 채웁니다. <br> <br>"아빠 안녕, 사랑해요." <br> <br>22살 아흐메드 씨는 보름 전, 제주 한립읍의 한 양식장에 취업했습니다.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고달픈 일상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은 가족입니다. <br> <br>[아흐메드 (가명) / 난민신청자] <br>"이 사진은 라마단 직후에 찍은 거…. 항상 생각하죠, 항상. 그래도 처음 제주도에 와서 고시원에 있을 때보다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훨씬 안정적이에요." <br> <br>제주에 온 예멘 난민 신청자 중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절반 정도 됩니다. <br> <br>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는 아니고, 그나마도 중도에 쫓겨나는 사람이 많습니다. <br> <br>[알라메트(가명) / 난민신청자] <br>"고기잡이 배에서 하루에 18시간, 마지막 이틀은 24시간 내내 일했습니다. 배멀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그냥 계속 일만 했는데 사장이 갑자기 '그만두라'고 했어요." <br><br>제한된 공간에 한꺼번에 난민신청자가 몰리면서 사회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. <br> <br>한림읍 한 선원 숙소에서는 설거지 순번 문제로 다투던 예멘인들이 흉기를 들고 싸우다 체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. <br> <br>미취업 상태가 장기화하면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. <br> <br>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"예멘 난민을 거부해달라"는 글이 추천 60만 명을 돌파했고 극단적 무슬림을 우려하는 글도 쏟아지고 있습니다. <br> <br>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필리핀 민다나오 섬을 점령한 것과 같은 비상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떠돕니다. <br> <br>대한민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한 나라입니다. <br> <br>하지만 난민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것 처럼 어렵습니다. 6년 간 누적신청자 3만 5천여명 가운데 521명 만이 허락을 받았습니다. <br> <br>법무당국은 예멘인 문제를 신속히 다루겠다는 방침입니다.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은 2명이었던 심사관을 6명으로 늘려 10월 안에 문제를 매듭짓겟다고 밝혔습니다. <br> <br>[박현도 /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] <br>"국민들이 너무 돌발적인 상황에서 놀라고 걱정하고, 두려워하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. 정부가 이럴 때일수록 진중하게 후속 대책을 논의하면서 국민과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면 좋겠어요." <br> <br>난민 신청자들 더 괴롭히는 것은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입니다. <br> <br>[파흠마드(가명) / 난민신청자 ] <br>"한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고 빼앗을 수도 없습니다. 익숙해질 수 있는 일, 항구에서 일하거나 공장, 농장에서 일하고 싶어요." <br> <br>"예멘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평화와 교육, 그리고 평화를 찾아 왔습니다." <br> <br>예멘 난민사태는 전 지구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난민사태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. <br> <br>이제라도 외양간을 단단히 고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. <br> <br>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. <br> <br> rim@donga.com <br> <br>연출 천종석 <br>구성 지한결 이소연 <br>그래픽 전유근